민들레의 소망 김영천
민들레는 그 이른 봄 내내
어떻게 하면 저 햇살처럼 하얗게 빛날까
궁리를 하였습니다.
민들레는 그 봄 늦게까지
어떻게 하면 저 바람처럼 가볍게 날까
궁리를 하였습니다.
그러나 민들레는 늘 마음 궁리만 하는 것이 아니라
부신 햇살과 거칠게 불어오는 바람에 제 몸이
누더기가 되더라도
상처마다 아픔이 깊더라도
날마다 더 가까이 부딪치며
간절히 기도를 하였습니다.
혹여 당신이 봄길 어디선가 문득
그 하얀 꽃씨와 마주친다면
마침내 햇살처럼 하얗게 빛나며,
마침내 바람처럼 가볍게 나는 민들레의 꿈을
만나신다면
오오, 당신도 그렇듯 간절히 기도를 하십시오.
그렇듯 하얗게 날아가십시오.
당신이 닿은 곳곳 마다 견고히 뿌리를 내려
온 몸으로 꽃을 피울 수 있도록
허위허위 날아가십시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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